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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안하다 미안하다
작성자 : admin 첨부파일 : 조회수 : 2725
[구본형 변화 경영 연구소]
박승오님 : 미안하다 미안하다

회사에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강의장을 돌아보았습니다. 크게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벽을 바라보며 ‘안녕…’ 이라고 혼잣말을 할 때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그저 ‘시원 섭섭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가슴이 저며오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순간에 저는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의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면접을 보고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저는 이 강의장의 무대에 섰습니다. 앞에는 세련된 옷을 입은 40대 초반의 남녀가 ‘어디 한번 해 보라’는 무심한 표정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배가 살살 아파올 정도로 긴장하였는데 떨리는 몸을 가누고 이렇게 말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내딛는 첫 걸음으로, 저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볼이 달아오를 정도로 유치한 대사였지만, 그 때에 저는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돈이 없어 처음 몇 개월을 고시원에서 지내야 했었습니다. 창문조차 없어 어둡고 음침한 곳이었지만 제 마음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몸을 누이면 어깨와 발이 비죽이 삐져나오는 좁은 침대에 자면서도 매일 밤 기도하며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저는 살아있었습니다. 월급이 적어 변변찮은 코트 하나 장만할 수 없었던 탓에, 내복을 입고 허름한 가을 양복 하나만을 걸치고 다녔지만 저는 춥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의 순수함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처음의 간절함과 열정이 우습게 느껴집니다. 과연 저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거울 속에는 지치고 흐리멍덩한 두 개의 눈이 보일 뿐입니다.

옛날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 글로리아 밴더빌트, <동화(Fairy Tale)>

시인이 제 마음을 노래합니다. 아, 알 수 없었던 그 느낌은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인가 봅니다.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지 못한 미안함, 능력을 의심하고 자책했던 모든 날에 대한 후회, 어제보다 나아지지 못한,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제 인생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거울을 보며 손을 갈빗대가 시옷 자로 갈라진 곳에 놓았습니다. 영화 ‘집으로..’ 에서 할머니의 수화처럼, 명치 주변을 손바닥으로 빙빙 돌리듯 문지르고 있습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네게 부끄러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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