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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우리 시는 어디로 가나 |
| 작성자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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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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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5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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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는 어디로 가나 --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마련하는 열린 문화마당 '금요일의 문학이야기' 의 2002년 6월 28일 강좌 내용입니다.
이야기 손님 : 김우창, 최승호 사회자 : 유종호
위의 강연에서 김우창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일부를 아래에 옮겼습니다. 감명받은 문장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긴 호흡으로 연결된 문장 중에서 부분적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를 문단으로 구분하여 나열하였습니다.
5,60년 정도 시를 보고 나니까 시가 이런 거다, 이런 것이 시의 중요한 부분이다 라는 것에 대한 개안이 이제야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시라는 게 우리가 다 같이 느끼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을 하고 공감함으로써 마음이 개운해지는 기능을 옛날부터 해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강하게 우리를 고양시켜 주는 느낌을 시를 읽으면서 받았는데 그런 느낌이 시로써 오늘날 달성될 수 있느냐 라고 했을 때, 시가 약한 매체의 위치로 전락했기 때문에 같은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성을 넘어가는 보다 넓은 느낌의 세계를 시가 열어주기 어렵게 되었다는 겁니다.
흥분만 시키는 게 아니라 흥분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다시 새로 천천히 감상하게 하는 점이 시가 가지는 또 다른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모든 예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서로 반대되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예술 작품은 우리를 보통 느낌보다는 조금 더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고, 또 하나는 흥분을 조금 더 조용한 상태에서 감식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예술 작품의 많은 것은 속도가 빠른 부분도 있고 속도가 느린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가령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하는 제의나 다른 의식이 다 그렇습니다만, 결혼식 같은 것도 뚝딱뚝딱 해도 되지만 천천히 하려고 합니다.
보통 급하게 할 것을 될수록 느리게 하는 것이 종교적 제의에도 들어 있고 예술에도 들어 있습니다.
젊어서는 항상 꿈을 적어놓은 것이 마음에 들고, 늙어서는 사실을 적어놓은 것이 마음에 들고, 소설보다는 역사책이 더 재미있고, 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유종호 선생께서 하신 발언 가운데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시라는 것은 외울 수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외울 수 있을 정도의 시가 되려면 리듬이 좋아야 됩니다. 리듬이 없으면 안 외워집니다.
왜 리듬이 중요하냐 하면, 외는 데에도 중요하지만 리듬이 개인적으로 깊이 느끼는 것이면서 동시에 깊이 느끼는 것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언어 표현에서 리듬과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 형식(리듬)이 중요하고 형식화된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찮은 일상 속에 있기 때문에 하찮은 것 가운데에서 높고 거룩한 것을 발견해야 우리의 삶을 신나고 재미있고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사실을 존중하고 하찮은 것을 존중하는 가운데 시적인 것을 발견하는 시를 높게 생각합니다.
시라는 것은 비유나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비유나 이미지가 우리의 실감으로부터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어려운 시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가 보통 살고 있는 삶이라는 게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생각없이 그날 그날을 살고 있는데, 조금 생각을 하게 해주는 시라야 읽을만하지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한 번 읽고 아는 시는 존재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 없는 우리의 삶에서 한번 멈춰서 생각해 보시오 라는 느낌을 주는 시가 그래도 읽을만한 시이고, 그렇다면 조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내가 생각 안 해본 것을 생각해보려면 조금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약간은 어려운 시가 사실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좋은 시라는 것은 쉬운 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쉽게 얘기해주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쉽고 분명한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 쉽고 어려운 것이 합쳐져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감사합니다.
--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한국 문화예술의 진흥을 목적으로 2005년까지 존속되었던 특수법인으로 문예진흥원이라고 약칭한다. -- 김우창 작가,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미국문명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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